1. 게슈탈트 치료의 개요
게슈탈트 심리치료는 프리츠 펄스가 게슈탈트 심리학, 실존철학, 현상학, 사이코드라마, 연극기법 등을 통합하여 창안한 심리치료법입니다. 게슈탈트는 여러 부분들이 하나의 전체로 지각된 형태나 구조를 의미합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인간 유기체가 환경과의 접촉 속에서 통일된 전체로 기능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개인의 의식에 떠오르는 게슈탈트를 중시합니다. 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인간 유기체의 내부에는 균형과 불균형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불균형 상태에서는 균형의 복원을 위해 해결을 요구하는 과제가 의식에 게슈탈트를 형성하여 떠오르게 됩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개인의 의식에 떠오르는 체험의 자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현상학적입니다. 또한 개인은 자유로운 실존으로서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존재라고 보는 점에서 실존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은 자신과 다른 존재 사이의 적절한 경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유연한 경계를 갖는 동시에 자율적 존재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경계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이 적절한 경계를 갖지 못할 때, 환경과의 접촉이 왜곡되고 자기 체험의 자각이 제한됨으로써 정신병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유연한 자기경계를 지니고 의식에 떠오르는 유기체적 욕구를 자각하며 그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슈탈트 치료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지금-여기'에서 경험하는 것에 대한 자각을 증진함으로써 진정한 자기와 접촉하며 생명력 있는 창조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돕습니다.
게슈탈트 치료의 핵심은 내담자의 현존, 즉 '지금-여기'에서 경험되는 감각, 감정, 인식, 행동의 알아차림을 고양하는 것입니다. 또한 치료자와 내담자의 대화적 관계를 중시합니다. 치료자는 자신의 현존을 자각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들어와 현존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만들고 대화적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즉, 치료자는 전체적이고 진실한 사람으로서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게슈탈트 치료자는 실험적 행동을 통해서 내담자가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격려합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적 경험과 접촉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의 목표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자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각, 즉 알아차림을 통해서 치료적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며 자신을 수용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프리츠 펄스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고 자각을 통한 실존적 자기와의 접촉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슈탈트 치료를 실존적 심리치료의 한 유형으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2. 게슈탈트 치료의 발전과정
게슈탈트 치료는 고전적 정신분석의 경직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정신분석은 치료자의 행동에 대한 경직된 지침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내담자와의 실제적인 관계보다 전이를 중시했으며 내담자의 실제 경험보다는 해석을 강조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무의식을 강조하기 보다 내담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알아차림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을 강조했습니다. 자유연상이나 전이분석과 같은 경직된 방법 대신에 새로운 시도를 통한 알아차림과 행동적 실천을 선호했습니다. 또한 치료자의 중립성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여기며 내담자와의 진솔한 대화적 관계를 강조합니다.
1951년에 펄스는 Goodman과 Hefferline와 함께 저술한 <게슈탈트 치료:인간 성격에서의 흥분과 성장>의 출간을 통해서 게슈탈트 치료의 핵심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1952년에는 로라와 함께 뉴욕에 <게슈탈트 치료연구소>를 개설하여 치료활동과 더불어 치료자의 양성을 시도했습니다. 이 시기에 다양한 치료기법이 개발되고 많은 게슈탈트 치료자들이 양성되었습니다.
1960년대에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에살렌 연구소>에서 워크숍 활동에 전념하던 펄스는 게슈탈트 치료의 시연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 강렬한 인상을 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펄스는 사람들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는 쇼맨쉽과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로서 게슈탈트 치료를 시연하는 워크숍에서 연극적이고 카타르시스 지향적인 치료방법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시연에 대해서 강렬한 인상과 감동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펄스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할 뿐 치료적 추수회기를 갖지 않는 점에 대해서 게슈탈트 치료를 '치고 빠지는 치료' 또는 '쾅쾅쾅 치료'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 '게슈탈트 치료는 무엇인가?'에 대한 자체적인 문제제기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미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많은 오해를 양산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라 펄스와 Isadore From을 비롯하여 미국의 동부해안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게슈탈트 치료자들은 펄스의 연극적인 치료방식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게슈탈트 치료는 동부해안 그룹과 서부해안 그룹으로 분열되었습니다. 동부해안 그룹은 펄스를 위시한 서부해안 그룹이 게슈탈트 치료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원래의 치료이론을 고수하는 엄격성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동부해안 그룹을 중심으로 게슈탈트 치료가 인간 대 인간의 접촉을 지향하며 대화, 알아차림 그리고 실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내담자에게 자극적인 압력을 가하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알아차릴 수도 있도록 대화의 실험을 활용하는 탐색적 방법들이 도입되었습니다. 현대의 게슈탈트 치료는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와 대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관계적 게슈탈트 치료'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직면과 연극적 요소를 강조하는 펄스의 치료와 달리, 현대의 게슈탈트 치료자들은 지지적이고 수용적이며 대화적인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치료자와 내담자의 접촉, 즉 치료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게슈탈트 치료자는 Erving Polster와 Miriam Polster 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