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치료이론
1) 치료목표
게슈탈트 치료에서 심리장애는 내사, 투사, 융합 등의 접촉경계 장애에 의해 개인과 환경의 연결성이 일시적으로 끊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심리치료란 치료자가 내담자로 하여금 이러한 단절된 연결성을 회복하여 자기 자신의 내면과 타인, 환경, 문화, 자연, 우주, 신과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라 펄스에 따르면, "게슈탈트 치료의 목표는 알아차림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기체, 관계, 집단, 사회 중 어떤 것에 관한 것이든 가장 큰 관심사와 흥밋거리가 게슈탈트를 형성하여 전경으로 부각되어 온전히 경험되고 처리됨으로써 배경으로 녹아들어 갈 수 있게 하여 그다음에 떠오르는 적절한 게슈탈트에게 전경 자리를 내어주며 자유롭게 진행되는 게슈탈트 형성과정을 뜻한다."
게슈탈트 치료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각각의 목표는 서로 연관되어 있고 보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의 첫째 목표는 내담자의 체험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사고와 감정, 욕구, 상상, 신체감각 그리고 환경에 대한 지각을 확장함으로써 환경과 효과적으로 접촉하면서 자신의 바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충족하는 것을 배우도록 합니다. 둘째는 내담자의 인격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내담자로 하여금 그동안 억압되고 소외되어온 인격의 부분들을 다시 알아차리고 체험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으로 통합시키도록 돕습니다. 셋째, 치료자는 내담자의 자립 능력을 증진합니다. 게슈탈트 치료자들은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을 보살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내담자의 자립능력을 일깨워 회복되도록 돕습니다. 넷째,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게 합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모든 것을 각자의 선택으로 봅니다. 따라서 내담자가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자립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섯째, 치료자는 내담자의 성장을 돕습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내담자의 증상 제거보다는 성장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따라서 내담자의 병적인 부분을 교정하고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자생력을 북돋아 스스로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담자의 실존적 삶을 촉진합니다. 게슈탈트 치료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내적으로는 자신의 유기체적 욕구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여 모든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시켜 나가는 동시에 외적으로는 타인이나 자연세계를 그들 본연의 모습으로 인식하며 진실한 접촉을 하도록 돕습니다.
2) 치료원리 및 치료기제
게슈탈트 치료자에 따르면, 모든 심리장애는 기본적으로 알아차림과 접촉이 결여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내담자의 알아차림과 접촉을 증진시킴으로써 건강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서 내담자의 알아차림과 접촉을 증신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 알아차림
알아차림은 유기체의 내면적 욕구를 전경으로 떠올려 게슈탈트를 형성함으로써 이러한 욕구의 완결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펄스 등에 따르면, "알아차림 그 자체가 바로 치료적이다." 게슈탈트 치료의 유일한 목표는 알아차림이다. 게슈탈트 치료에서 치료의 핵심은 강한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것이며 알아차림은 바로 이러한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행위입니다.
알아차림은 치료장면에서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중시됩니다. 그 첫째는 미해결과 과제를 알아차림으로써 과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현재 상황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욕구나 감정을 알아차려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알아차림 모두가 중요하며, 두 작업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미해결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지금-여기'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또한 '지금-여기'에 더 잘 집중함으로써 미해결 과제가 쌓이지 않게 됩니다. 치료 장면에서는 대체적으로 미해결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알아차림은 그 대상, 즉 무엇을 알아차리느냐는 점에서 '현상 알아차림'과 '행위 알아차림'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현상 알아차림'은 개체와 환경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현상 알아차림은 신체감각, 욕구, 감정, 환경, 상황, 내적인 힘의 6개 영역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한 영역에 대한 알아차림은 다른 영역의 알아차림을 증진합니다. 개체가 이러한 현상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면 개체는 환경에 유기적으로 적응하는 데 실패하게 됩니다.
'행위 알아차림'은 개체가 하는 자신의 행위방식, 특히 부적응적인 행동방식을 알아차리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현상 알아차림이 '어떤 것'에 대한 알아차림이라면, 행위 알아차림은 '어떻게'에 대한 알아차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위 알아차림은 접촉경계 장애 행동에 대한 알아차림, 사고패턴에 대한 알아차림, 행동패턴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치료자는 내담자의 과거 경험을 찾아내어 분석하지 않고 단지 내담자가 현재 자기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어떻게' 억압하고 차단하는지, '어떻게' 새로운 체험을 회피하고 방어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둡니다. 내담자는 자기 행동의 '어떻게'에 집중함으로써 억압행위를 자각하고 억압을 해체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이 행위 알아차림은 무의식적 행동을 의식적인 행동으로 바꾸어 줌으로써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해 주고 결과적으로 적응적인 행동을 선택하도록 해줍니다.
(2) 접촉
접촉은 자기 자신과의 접촉, 대인관계 접촉 그리고 환경과의 접촉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첫째, 게슈탈트 치료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의 접촉을 증진하도록 돕습니다. 개인은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이라고 동일시해온 부분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회피합니다. 만일 그러한 것들이 전경으로 떠오르려 하면 불안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어 차단되고,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됩니다. 이러한 미해결 과제의 예를 들면, 억압된 성 욕구, 해결되지 않은 분노감, 해소되지 않은 슬픔, 충족되지 않은 애정욕구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둘째, 대인관계 접촉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인관계 접촉은 가장 보편적 형태로서 일반적으로 접촉이라 하면 이것을 의미합니다. 대인관계 접촉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두 사람 간의 접촉입니다. 두 사람 사이의 원활한 접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첫째, 좋은 대인관계 접촉을 위해서는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가 명확해야 합니다. 둘째, 타인과의 접촉에서 서로 융합되거나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긍정적 변화를 위한 에너지와 활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만나의 순간에 의식되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접촉을 최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차적 알아차림, 즉 현재 가장 중요한 감정이나 체험을 상대방에게 표현해야 합니다. 대인관계 접촉에서 표현은 상대편에게 접촉의사를 전달하는 동시에 자신을 개방하는 행위이며 상대편을 초대하는 행위입니다. 내담자들은 자신의 체험을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명료하게 표현하는 대신에 다양한 방어에 의한 왜곡된 표현을 통해서 의미 있는 진실한 만남을 갖지 못합니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접촉하고 있는지 혹은 접촉을 회피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셋째, 치료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환경과 접촉하도록 돕습니다. 환경이란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을 뜻합니다. 환경과 잘 접촉한다는 것은 어떤 개념이나 인위적인 분석 없이 그냥 환경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고 만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빠져들어 음악을 체험하는 것이 음악과 접촉하는 것입니다. 환경과의 접촉은 자기 자신과의 접촉 및 대인관계 접촉을 증진시킵니다. 예컨대, 자연의 변화, 즉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우는 환경의 변화와 잘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나 타인과도 잘 조화될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란 개체가 자신의 접촉경계 혼란을 알아차려 제거하고, 불안으로 변형되어 표출되는 흥분 에너지를 다시 환경과의 접촉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알아차림-접촉 주기를 다시 복원시켜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치료입니다. 흔히 내담자는 타인과 접촉하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까 봐 두려워 접촉을 회피합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오직 현실과의 접촉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지금-여기'에서의 접촉을 강조합니다. 내담자는 치료자와의 접촉을 통해 이제까지 회피해 왔던 현실을 다시 접촉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