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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 심리치료의 정신병리 이론

by bini1976 202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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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신병리 이론

1) 정신병리의 일반적 원인

 실존치료자들은 정신병리의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일부 실존주의자들은 타인의 삶을 심리적 역기능이나 정신병리라는 개념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존의 모든 것은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한 것의 표현일 뿐입니다. 그러나 고독감, 무의미감,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고통을 느끼거나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불안과 혼란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존치료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정신병리는 인간에게 주어진 실존적 조건을 직면하면서 느끼는 실존적 불안에 대한 방어에 기인합니다. 궁금적 관심사에 대한 직면에서 발생하는 실존적 불안에 대한 방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는데, 정신병리는 억압, 회피, 부인과 같은 비효과적인 방어에 기인합니다. 실존적 불안에 대한 방어가 지나치면 신경증적 적응상태로 빠져들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사는 능력이 위축됩니다. 이들은 자신의 실존에 자각이 결여되어 있으며 그런 점에서 진실하지 못한 자기를 채택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활기가 없으며 자주 무의미감을 느낍니다. 네 가지 실존적 조건과 관련된 정신병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은 실존적 불안의 핵심을 이룹니다. <죽음의 부정>을 저술한 Ernest Becker에 따르면, 죽음의 공포는 너무 압도적인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과 사회는 그것을 부정하여 무의식 속에 억압합니다. 실존치료자들은 죽음 공포에 대한 대표적인 방어기제로 특수성과 궁극적 구조자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수성은 죽음의 법칙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만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 것입니다. 자신은 특별한 존재여서 죽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믿음은 개인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러일으켜서 강력한 권력의지나 통제노력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노력을 어느 정도 성취하면, 죽음의 두려움은 더욱 무의식으로 억압되며 자신의 특별함에 대한 믿음이 강화됩니다. 죽음에 대한 또 다른 방어기제인 궁극적 구조자는 자신을 영원히 보살피고 사랑하며 보호하는 존재에 대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구조자에 의해서 자신이 죽음으로부터 구원받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실존치료자에 따르면, 신과 같은 궁극적 구조자에 의존하는 것은 자신의 실존적 조건을 부정함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상실하는 것이며 자신의 실존 가능성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자유는 불확실성 속에서 선택의 불안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초래합니다. 자유와 책임에 대한 불안은 다양한 방어기제에 의해서 회피되거나 억압됩니다. 선택의 자유를 회피하기 위한 방어기제로는 소망 차단과 결심 회피가 있습니다. 소망 차단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소망들은 분명하게 자각하지 못하거나 적절치 않은 것으로 불신하며 억누르는 것입니다. 결심 회피는 선택을 위한 결심을 망설이며 미루거나 다른 사람에게 결심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책임감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는 다양합니다. 자신은 무고한 희생자라거나 일시적으로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책임감을 부인하는 것,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 것,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전가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자유와 책임에 대한 과도한 방어는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한 삶을 초래하거나 창조적 삶을 방해합니다.

 고독과 실존적 소외의 경험은 매우 불쾌하기 때문에 무의식적 방어기제에 의해서 재빨리 회피됩니다. 실존적 고독에 대한 주된 방어는 관계 맺기를 통해서 고독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Yalom에 따르면, 실존적 고독에 단호하게 맞서지 못하고 고독의 공포에 압도당하면 타인과 불안정한 왜곡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 역시 자신처럼 고독하며 친밀한 관계를 갈망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타인을 인격체가 아니라 고독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병리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융합으로서 과도하게 의존적인 인간관계를 의미합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분리성을 부정하고 하나가 되기를 원하며 자신을 다른 사람의 일부로 여깁니다. 다른 하나는 타인의 관심 속에 존재하기로서 "나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만 존재한다."라고 믿으며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울이는 다양한 노력을 의미합니다.

 무의미는 허무감과 공허감을 유발하며 다양한 부적응 행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Frankl은 실존적 무의미와 관련된 두 가지 증상 단계를 제시했습니다. 첫 단계는 실존적 공허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막연한 불만족감과 더불어 허무감과 권태감을 느끼는 상태를 뜻합니다. 다음 단계는 실존적 신경증으로서 무의미함에 대한 정서적 반응과 더불어 명백한 부적응 증상(우울증, 알코올 중독, 강박증, 무분별한 성행동, 무모한 행동 등)을 나타낸 경우를 뜻합니다. Yalom은 이와 관련된 가장 흔한 임상적 문제로 강박적 활동을 들고 있습니다. 강박적 활동은 무의미함과 허무함을 회피하거나 보상하기 위해서 다른 활동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뜻합니다. 재물, 권력, 며옝, 사회적 지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며 자신이 지닌 에너지를 소진함으로써 실존적 무의미성을 망각하거나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특정한 장애의 원인

 실존적 불안은 다양한 정신장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죽음, 고독, 무의미와 같은 인간의 실존적 상황에 직명하는 것은 불안감과 우울감을 야기하게 됩니다. 불안과 우울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의 정서 반응입니다.

 불안장애는 실존적 문제에 직면하며 해결책을 추구하는 실존적 투쟁과정의 산물입니다. 막연한 불안상태에서 다양한 걱정에 빠져드는 범불안장애의 기저에는 실존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간 실존의 불안전성이 일상생활 전반에 스며들게 될 때 다양한 걱정과 우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죽을 것 같은 급격한 공포에 빠져드는 공황장애 역시 죽음이라는 실존적 주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유한성을 수용하지 못한 채 죽음의 가능성에 민감한 사람들은 사소한 신체적 변화를 죽음의 징조로 여기며 공황상태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강박장애는 근본적인 실존적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서 사소한 생각과 행위에 반복적으로 매달리는 방어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직면은 좌절감과 절망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기 존재의 무의미함과 무가치함에 대한 자각은 우울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실존적 조건에 직면하면서 겪는 좌절감을 실존적 우울이라고 합니다. 허무감, 절망감, 자기무가치감, 의욕상실, 도덕적 방향감 상실은 실존적 우울증의 특징입니다. 무의미감이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존치료의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인 Bugental에 따르면, 우울증은 무언가를 소망하는 것이 차단된 상태로서 열심히 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낙담상태입니다.

 실존적 불안을 회피하려는 방어적 노력은 일중독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많은 시간 동안 과도하게 일하며 살아갈 뿐만 아니라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낍니다. 일에 몰두하는 이유는 자신이 진정 원해서가 아니라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압박감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자신과 타인을 몰아붙입니다. 특히 현대사회는 물질주의적 가치과 성취를 통해서 실존적 불안의 부정과 회피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일중독자의 전형적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앞으로 진보하며 상승하고 있다는 확고한 신념입니다. 이러한 신념의 기저에는 자신은 죽지 않고 영원히 번성할 것이라는 특별함의 방어기제가 관여합니다.

 자신의 특별함에 대한 신념을 통해 죽음 불안에 대처하는 사람은 대인관계 문제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은 어떤 것에 의해서도 손상되거나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과 더불어 타인의 중요성과 권리를 무시하는 경향성을 지니게 되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달할 수 있습니다. 

 소망 차단은 행동적 마비뿐만 아니라 충동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를 특별히 소망하는 사람은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특별히 소망할 수 없는 사람은 무엇에나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삶의 의미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진정으로 소망하는 것이 결여된 사람은 도박, 마약, 섹스 등과 같은 충동적인 행동에 탐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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