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들러 심리치료의 실제
아들러 심리치료는 일반적으로 단기 치료의 형태로 실시됩니다. 그러나 내담자가 제시하는 문제의 유형과 심각도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과 달리, 아들러 학파의 심리치료에서는 치료자와 내담자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상호작용을 합니다. 정신분석이 유행하던 당시에, 아들러는 대면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시작한 최초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들러는 심리치료의 과정을 세 단계로 제시하였습니다. 그 첫째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단계이고, 둘째는 내담자가 행동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단계이며, 세 번째 단계는 내담자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단계로서 훈습에 해당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관계 형성이라는 단계를 추가하여 모두 네 단계로 치료 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심리치료의 첫 단계는 관계 형성의 단계로서 치료자는 내담자와 친밀하면서도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들러 학파의 심리치료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와 평등하고 협력적인 관계의 바탕 위에서 치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첫 단계에서 형성된 견고한 치료적 관계는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주요한 바탕이 됩니다. 이러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 치료 초기에 치료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공감적으로 경청하고 그의 주관적 경험을 따라가며 내담자가 추구하는 목표를 명료화 시킵니다.
두 번째는 탐색의 단계로서 내담자의 목표와 생활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삶의 영역에 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내담자에 관한 객관적 정보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탐색합니다. 내담자의 성격 형성에 주된 영향을 미친 가족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서 가족구성, 가족 분위기, 형제 서열, 부모·자녀 관계, 가족의 가치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아울러 내담자의 초기 기억을 탐색합니다. 초기 기억은 내담자의 주된 목표와 신념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치료자는 이러한 정보를 통합하여 내담자의 생활양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게 됩니다.
다음은 해석의 단계로서 내담자의 자기 이해와 통찰을 촉진하는 과정으로 구성됩니다. 치료자는 앞 단계에서 수집된 자료에 근거하여 내담자의 무의식적인 동기와 목표 그리고 생활양식을 해석하며 내담자와 논의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내담자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증진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통찰은 자기 이해를 통해서 건설적인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는 깨달음입니다. 이러한 자기 이해와 통찰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무의식적인 행동 동기와 목표를 자각하게 될 때만 가능합니다.
마지막은 재교육 또는 방향 재설정의 단계로서 앞 단계에서 얻은 통찰과 변화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행하도록 격려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아들러 학파의 심리치료에서는 동기 변화와 함께 행동 변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치료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인생의 목표를 수정하거나 재설정하도록 돕고 그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행동계획을 수립하여 행동에 옮기도록 격려합니다. 이 단계에서 내담자가 새로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치 ~인 것처럼 행동하기 기법은 내담자가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넘어 새로운 도전에 임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긍정적인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치료자는 수프에 침 뱉기, 단추 누르기, 과제 부여와 같은 다양한 치료기법을 적용하게 됩니다. 치료는 치료자와 내담자의 협동적 노력으로 이루어지며, 치료 효과는 내담자의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는 치료자의 능력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7. 아들러 심리치료의 평가
아들러의 사상은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인 것이었습니다. 그의 이론과 개입 방법은 현대의 여러 심리치료가 발전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지치료, 실존 치료, 가족치료, 현실치료를 비롯한 후대의 여러 심리치료는 아들러의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의 영향은 개인치료를 넘어서 지역사회 정신건강 운동으로까지 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 자녀 양육, 아동 지도, 공동체 활동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습니다.
아들러가 사회적 관심 또는 공동체 의식을 정신건강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 점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아들러는 심리치료 분야에서 다문화적 관점이 제시되기 훨씬 이전에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고 사회적 참여를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한 일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일반인들을 위한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아들러가 제시한 치료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여 단기간에 시행될 수 있으며 교육과 예방을 중시합니다. 이러한 점은 아들러의 심리치료가 높은 수준의 통찰력과 많은 시간적·경제적 투자를 요구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나 융의 분석적 치료와 구별되는 강점입니다.
한편,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은 다른 정신역동이론과 마찬가지로,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습니다. 아들러의 이론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대부분 실험 연구보다 사례 연구를 통해 시행되었습니다. 아들러 학파 심리치료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 1970년대 이후에 실시된 일부 연구들도 극히 제한된 임상 집단을 대상으로 시행되었거나 실험적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