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행동치료

by bini1976 2024. 7. 6.
반응형

1. 행동치료의 개요

 행동치료는 엄격한 과학 정신에 근거한 행동주의 심리학의 이론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는 심리치료입니다. 행동치료는 인간의 부적응 문제를 추상적인 모호한 개념으로 설명하기보다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외현적 행동에 초점을 맞춘 실증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한 과학적인 설명 체계와 구체적인 치료기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행동치료는 정신분석 치료를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서 20세기 중반부터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하여 정신분석 치료와 함께 심리치료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으며 인지행동 치료로 진화하여 현대 심리치료의 가장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적인 심리적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심리학이 경험과학의 한 분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관찰이 불가능한 내면적 현상보다 측정 가능한 외현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인간의 심리적 장애 역시 다양한 부적응행동으로 표출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적응행동의 집합체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행동 치료자들은 부적응행동이 어떤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학습되고 지속되며 강화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러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 부적응행동을 제거하고 치료적 학습을 통해 새로운 적응적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행동치료의 주된 목표입니다.

 행동치료에서는 부적응행동이 습득되고 유지되는 과정을 고전적 조건형성, 조작적 조건형성, 사회적 학습과 같은 학습이론에 근거하여 설명합니다. 또한 부적응행동을 제거하고 적응행동을 습득시키기 위해서 행동 조성, 역 조건형성, 체계적 둔감 법, 노출 및 홍수 법, 사회적 기술훈련과 같은 다양한 구체적인 치료기법을 사용합니다. 근래에는 사고나 심상과 같은 재현적 행동에 대한 개입 방법을 통해서 치료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행동치료는 독자적인 치료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지적 심리치료와 접목된 인지행동치료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행동치료는 정신 역동적 치료와 달리 내면적 경험보다 외현적 행동의 변화를 중시할 뿐만 아니라 과거 경험보다는 현재의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단기간의 치료를 선호하며,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인 계획 속에 치료가 진행됩니다. 아울러 문제행동에 개선 정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여 치료 효과에 대한 확인과 검증 노력을 기울입니다. 행동치료는 불안장애를 비롯한 여러 장애에 대한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울증을 위시한 일부 장애의 경우에는 뚜렷한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인지적 기법을 통합한 인지행동치료로 발전하여 치료 대상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행동치료는 심리치료 분야에서 최초의 엄밀한 과학적인 접근으로서 효과적인 다양한 치료기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2. 행동치료의 주요인물

행동주의 심리학자 버허스 스키너
B. F. Skinner(버허스 스키너)

1) B.F Skinner(버허스 스키너)
 버허스 스키너는 가장 저명한 행동주의 심리학자이며 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서 심리학의 원리를 응용하려고 노력했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1904년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작은 도시에서 법률가인 아버지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비교적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스키너는 뉴욕의 해밀턴 칼리지에 진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며 작가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를 위해 하버드 대학교에 진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 소설을 쓰며 보냈으나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는 소설가의 꿈을 접었습니다. 그 후 스키너는 <행동주의>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대학원에 진학하여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는 1931년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다른 대학에 재직하다가 1958년부터 1974년에 퇴직할 때까지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활약하였습니다. 스키너는 21권의 저서와 180여 편의 논문을 남긴 열정적인 사람으로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으며 1990년에 폐렴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스키너는 어려서 물건을 만들고 기계를 조작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러한 재능이 동물행동의 연구에서 발휘되었습니다. 그는 스키너 박스로 알려진 실험 장치를 만들어 쥐나 비둘기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관찰하며 연구하였습니다. 그의 연구 결과는 '조작적 강화이론'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정한 행동이 강화물을 제시하는 시간 간격과 방법에 따라 어떻게 학습되고 소거되는지를 정교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조작적 조건형성의 원리를 이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교육과 사회적 변화에 활용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스키너는 엄격한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동시에 발명가, 저술가, 사회철학자의 면모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스키너 박스를 비롯하여 유아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양육 장치, 학습 내용을 제시하고 적절하게 강화하는 학습기계, 비둘기를 이용한 목표 추적 미사일 등과 같은 창의적인 발명품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학술적인 논문과 저술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저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1948년에 발표한 '월든 투'라는 실험실에서 연구된 심리학의 이론과 원리를 활용하여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려는 스키너의 꿈을 작품화한 소설입니다. 이 책은 헨리 소로 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체험한 초월적인 행복한 삶을 서술한 <월든>이라는 작품의 제목을 빌려 스키너가 꿈꾸는 이상사회를 소설 형식으로 그리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조건형성의 원리를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자녀 양육과 사회 운영을 통해 구성원의 생산성과 행복을 높이고자 했던 스키너의 꿈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그가 젊은 시절에 지녔던 소설가로서의 꿈과 심리학자로서의 연구 성과를 결합하여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려는 사회철학자로서의 스키너의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1971년에 발표한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는 행동 공학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스키너의 사회철학과 실현 방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체계적 둔감법으로 알려진 조셉 월피
Joseph Wolpe

2) Joseph Wolpe
 조셉 월피는 상호억제기법과 체계적 둔감 법으로 알려진 치료법을 개발함으로써 행동치료의 획기적 발전에 기여한 인물입니다. 그는 1915년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경리사원이었던 아버지의 장남으로 출생하였습니다. 유대인인 월피의 조부는 박해를 피해 리투아니아에서 남아프리카로 이주하였습니다. 월피는 어려서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었으나 책 읽기를 좋아했으며 부모와 교사로부터 지적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학교성정이 우수했던 월피는 영국식 6년제 의학교육을 시행하는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에서 월피는 정신의학보다 내과학이나 마취학에 관심을 지녔으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도 깊은 관심을 지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의학 공부를 마친 월피는 남아프리카 육군의 군의관으로 자원했습니다. 월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남아프리카 육군의 군의관으로 일하면서 전쟁 신경증(지금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함)에 시달리는 병사들을 치료했던 일입니다. 그 당시 전쟁 신경증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신분석 치료에 따라 최면 약물을 투여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말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한때 프로이트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월피는 이 경험으로 인해 정신분석 치료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으며 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월피는 군의관들의 토론모임에서 행동주의 심리학을 접하면서 엄격하고 체계적인 이론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불안장애 환자를 깊이 이완시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면서 조금씩 불안한 장면을 상상하게 하고 점진적으로 더 불안한 장면에 접하게 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다양한 신경증 장애의 90%를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으며 이 방법을 '체계적 둔감 법'이라고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월피가 40세가 된 1955년에는 개인진료소를 운영하며 모교에서 시간제 강사로 활동하였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초청으로 미국에 체류하면서 1958년에 그의 연구와 치료 경험을 정리한 <상호억제에 의한 심리치료>를 출간했습니다. 월피는 1960년에는 버지니아 대학의 교수직을 제안 받으면서 미국으로 이주하였으며 1965년에는 템플 대학교의 정신의학 연구소로 이직하여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정신분석을 신봉하는 동료들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았으나 20년 동안 수백 명의 동료들과 함께<행동치료의 발전을 위한 학회>를 창설하였으며 <행동치료와 실험정신의학 학술지>를 발간하였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월피는 1980년에 미국심리학회로부터 '심리학 응용에 공헌한 우수 과학자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월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유물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철학에 충실했으며 행동치료를 정신 역동적 치료나 인지적 치료와 통합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엄격한 행동 치료자였습니다. 월피는 말년에도 행동치료에 대한 저술과 강연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으며 1997년에 폐암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반응형